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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도 돌보시는 분께 드리는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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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월호 2024년 2월호 이야기 꾸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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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도 돌보시는 분께 드리는 기도


딕 더크슨


“몇 분 전에도 분명 주머니에 있었는데!”

사진을 찍으려면 준비할 게 많다. 카메라 본체, 삼각대, 장렌즈, 단렌즈, 망원렌즈, 렌즈 클리너, 여분의 배터리까지 챙겨야 한다. 산을 오를 때 뒤처지지 않으려면 최대한 배낭을 가볍게 유지하면서 가능한 한 가장 작은 배낭에 필요한 것을 다 챙겨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니다. 정확히 무엇을 찍을지 결정을 내린 상태라 차에 배낭을 두고 무거운 삼각대 하나와 카메라 본체에 렌즈 두 개를 챙겼다. 하나는 줌렌즈였다. 어느 정도 광각으로 찍거나 가까운 사물을 확대해서 찍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재킷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조그만 초광각렌즈였다. 아래쪽에 짧은 금빛 풀이 자라고 위쪽에는 울퉁불퉁한 소나무가 나오게 찍을 때 두 번째 렌즈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잘만 찍는다면 하나님께서 어떻게 가파른 절벽 울퉁불퉁한 바위에서 나무와 풀이 살아가도록 창조하셨는지를 보여 주는 사진이 될 것이다. 

물론 무섭다. 사진을 찍기 위해 절벽 가장자리에 기대어 누워서 모든 것을 뷰파인더에 담아 숨을 참으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했다. 이 모든 걸 삼각대를 움직이지 않으면서 해야 했다.

표준렌즈로 먼저 찍어 보았지만 넓게 찍히지 않았다. 그래서 초광각렌즈를 찾아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렌즈가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없고

지나간 시간이 휙휙 스쳐 갔다. 어디에 갔었는지, 렌즈를 마지막으로 확인한 곳이 어디였는지, 렌즈를 사용했던 적이 있었는지를 떠올리며 시간을 더듬어 보았다. 설상가상으로 주머니에서 떨어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갑자기 기분이 우울해졌다.

아직 해가 떠오르기 전이고 울프크릭패스 꼭대기에 올라오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었다. 카메라와 삼각대를 600m 높이의 절벽 가장자리에 안전하게 남겨 두고 차로 돌아가기 위해 천천히 터덜터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내 발이 닿았던 땅과 주변의 모든 바위 심지어 산길 근처에서 자라는 식물 아래까지도 살펴보았다. 차를 주차해 놓은 울프크릭 전망대까지 되짚어가며 샅샅이 훑었다. 숨이 가빠질 만큼 높은 고도 3,350m에 발걸음마저 느려졌다.

차에 도착해 차 안과 카메라 장비를 샅샅이 뒤졌다. 의자 밑, 트렁크 안, 주머니란 주머니는 다 뒤지고 렌즈 케이스까지 살펴보았지만 차 안에 렌즈가 없는 게 확실했다. 비싼 렌즈는 아니었지만 사려면 여전히 돈이 들고 다시 살 돈은 없다고 중얼거렸다.

렌즈를 잃어버렸다.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산길 근처 숲 어딘가에 떨어져 있거나 최악의 상황에는 주머니에서 떨어졌을 것이다. 자꾸 주머니에서 떨어져 나간 렌즈가 바위에 튕겨 나무 위로 떨어져 600m 아래 계곡 바닥으로 떨어졌을 것만 같았다.


기도의 응답

언제 기도를 시작했는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렌즈를 잃어버렸다고 생각되는 즉시였을 것이다. 재빠른 기도였을 것이다. “주님, 렌즈를 찾게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진지하게 기도하고 있었다. 간절히 그리고 온 마음을 다해 중얼거렸다. ‘확고한 희망’을 품은 기도였다. 

“주님, 오늘 제게 이 렌즈가 필요합니다. 다시 사려면 300달러가 들 텐데 그럴 돈이 없습니다. 제가 부주의했던 것은 정말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렌즈가 아직 여기 언덕에 있다면 제게 보여 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나는 차 문을 잠그고 다시 카메라와 삼각대가 있는 가파른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기도하며 카메라를 찾다 보니 시간이 상당히 흘렀고 관광객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안전 울타리 너머 보이는 계곡을 내려다보며 셀카를 찍고 차를 타고 돌아갔다. 하지만 한 커플은 달랐다. 그들은 ‘탐험 중’이었고 나를 지나쳐 내가 삼각대를 놓은 절벽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내가 합류하자 그들이 산양처럼 보일 것 같은 사진을 찍기 가장 좋은 장소가 어디인지 알려 달라고 청했다. 함께 즐거운 대화를 나누면서도 나는 렌즈를 떨어뜨렸을 것 같은 장소를 계속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커플이 위험한 셀피를 찍을 때 도와주었다. 내가 찍고 싶었던 바로 그런 사진이었다. 아래로는 노랗고 앙증맞은 풀이 있고 꼭대기에는 바위에서 자라는 가늘고 긴 나무가 보이고 멀리 초록으로 물든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있는 사진이었다. 그 커플은 사진이 무척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내가 삼각대와 카메라를 잡으려고 돌아섰을 때 내 등산화가 작은 돌을 건드려 돌이 절벽 위로 튕겨 나갔다. 돌을 따라 시선이 머무는 곳에 ‘Canon(캐논)’이라고 쓰인 검은색 가죽 렌즈 케이스가 눈에 띄었다. 

우리 셋은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렌즈가 놓여 있는 자리에서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큰일이 날 수 있었다. 렌즈는 600m 높이 위 소나무의 얇은 뿌리 하나에 걸쳐져 있었다. 렌즈를 찾았는데 600m 아래로 떨어져 버린다면 찾지 못했을 때가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두 친구의 속삭이는 응원을 받으며 렌즈를 되찾을 때까지 조금씩 기어갔다.

“당신은 하나님을 아주 잘 아시겠네요.” 두 친구가 미소 지었다.

“그분이 저를 아시죠.” 내가 대답했다. “저는 하나님을 알아가는 중이고요.”

커플은 떠났고 나는 거의 한 시간 동안 카메라 옆에 앉아 있었다. 생각에 잠겼고 하나님께 큰 기도를 드렸다. 감사의 기도, 우정의 기도, 찬양의 기도가 흘러나왔다. 나의 가장 좋은 친구이신 그분께 큰 소리로 할 수 있는 기도는 모두 다 드리는 시간이었다. 

나는 삼각대로 다시 기어가서 렌즈를 바꾸고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은 그분이 찍은 사진이었다. 늘 돌보시는 바로 그분께서 찍으신 것이었다. 나의 작은 초광각렌즈도 돌보시는 그분께서! 


딕 더크슨 목사이자 이야기꾼으로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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